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고의 및 목적에 대한 사례 분석

대법원, 피고인 제조방법 사용·누설 미필적 인식으로 간주, 원심의 무죄 선고 파기·환송

영업비밀을 누설하고, 해당 제작 방식을 타 회사에 제공하여 제품을 제조하도록 도운 피고인 3명과 피고 회사에게 내려진 항소심의 무죄 선고가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에 따라 해당 판결을 파기·환송한 겁니다.(대법원 2024.5.30. 선고 2022도14320)

사건 관련인

피고인 1(이하 A) : 접착제 제조회사인 피해 회사의 사원

피고인 2(이하 B) : 잉크용 수지 제조업 기술연구소 소장

피고인 3(이하 C) : 엔씨바인더·접착제류 제조판매업 기술연구소 소장

피고인 4(이하 D) : 엔씨바인더·접착제류 제조판매회사

사건 진행

1) A가 피해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피해 회사가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제품의 제조방법이 담긴 원료계량 및 제조지시서 등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함.

2) A는 이후 B가 다니는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으며, A가 영업비밀을 촬영한 사실을 알게 된 B는 A에게 지시하여 촬영한 제조지시서 등을 이용해 시제품 생산함.

3) A, 이후 D회사에 취업하게 됨.

4) D회사에 근무 중인 C는 A가 영업비밀을 촬영한 사실을 알고 이를 사용해 시제품을 만들고자 A에게 지시하여 제품을 제조함.

원심 판단

A)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촬영하였다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을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함.

B, C, D) 우연한 기회에 A가 가지고 있는 제조방법을 알게 되어 이용하였을 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B, C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고 D회사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함.

대법원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해당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 피해 회사는 해당 제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개별 원료의 명칭, 투입 원료 수량·비율, 제조 공정 지시사항, 주의사항을 기재한 바있으며 이를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한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피해 회사는 고등급 기술자료의 복사와 촬영 등을 금지할 것을 게시하고 있었으며, A 역시 비밀유지협약서를 제출한 바 있음에도, A는 해당 제조 방법을 총 8회에 걸쳐 촬영해 보관했습니다.

→퇴직 이후에도 제조방법 사용 및 누설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고 있었을 것.

◈ B와 C는 해당 제조방법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볼 것을 지시했습니다.

→ B는 A로부터 제조방법 사본을 교부받았으며, B와 C는 사건에 각 제조방법을 사용했으므로 이는 영업비밀을 취득한 것으로 보임.

◈ C는 다른 회사에 ‘피해 회사의 제품과 성능이 동등한 물건을 D에서도 보유하고 있다’며 제품을 제공했습니다.

→ 피해 회사와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는 동종 시장 업체인 D는 해당 영업비밀을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큼.

따라서 대법원은 A의 ‘영업비밀 사용 및 영업비밀 누설로 인한 구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부분 및 B, C, D의 무죄 판단에 법리 오해 및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바를 인정하여 해당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 것입니다.

법원의 시각

본 사건은 구 「부정경쟁방지법」(2019.1.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적용을 받습니다. 해당 법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영업비밀의 취득이란 영업비밀 자체를 인식하고 기억하거나, 영업비밀을 아는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영업비밀 보유자의 직원이라면 이미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영업비밀의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9.10.15. 선고 2008도9433 판결 등 참조)

또한, 영업비밀 위반의 죄에서 중요시 여겨지는 ‘미필적 고의’란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 행위자의 진술이 아닌, 행위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기조로 평가하여 ‘고의’를 추정해야 합니다.(대법원 2017.1.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2항 위반의 죄는 고의 외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 범죄성립요건이 되는 목적범입니다. 반드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이 아니더라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족하며, 이 때는 피고인의 직업과 경력,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 방법, 영업비밀 보유자와 취득한 제3자와의 관계 등 사정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7.12. 선고 2015도464 판결 등 참조)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처벌받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요,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원을 초과하면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피고인들의 영업비밀 취득 및 사용 행위에 대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지, 원심 법원이 내릴 판단을 유심히 지켜볼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