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조 윤리를 수호하는 자율기구이자, 전체 변호사의 자정기능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인 ‘자정’을 위해 주어진 징계권이라는 칼날이, 과연 공익을 향하고 있는지 혹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통제 수단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이제는 사회가 그 칼끝의 방향을 묻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 제91조 이하에 따르면 변협은 징계개시 청구부터 심사, 의결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그 제재 수준도 견책에서 영구제명까지 이른다. 형식상으로는 법무부 장관에게 통보되지만, 실질적 권한은 민간 직능단체인 변협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우려가 제기된다.
변협의 독점적 징계권은 타 전문직과 비교할 때 공적 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이례적 구조다. 의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징계위원회가, 회계사와 세무사는 각각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 행정기관이 징계를 담당한다. 유독 변호사만이 공적 자격의 존폐를 민간 단체 스스로 결정하는 모순적 구조에 놓여 있으며, 이는 ‘자격에 대한 통제는 공권력에 의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을 흔드는 논리적 결함을 지닌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우려가 단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협은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이 주도하는 정치적 조직이며, 징계권이 특정 집단이나 이견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위험이 내재돼 있다. 실제로 변협은 일부 사안에서 징계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거나 예고하면서 내부 통제 장치의 부재를 드러냈다.
이러한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상징적 사건이 바로 ‘로톡 사태’다. 변협은 내부 회칙을 근거로 합법적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에게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사실상의 선택을 강요했다. 이는 내부 규정 위반이라는 해석에 따른 조치였으나, 언론과 시민사회는 이를 자율규제의 범위를 넘어선 징계권 남용이자, 합법적 광고 및 서비스 경쟁에 대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이 문제는 단지 법조계 내부의 비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독립된 변호사 징계기구 설치’가 등장했을 만큼 이는 이미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단순한 직역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 직업 수행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등 헌법적 가치와 긴밀히 연결된 공공 사안이다. 따라서 징계 구조의 개선은 직역의 내부 통제 차원을 넘어, 공적 자격을 둘러싼 헌법적 정당성과 민주적 책임의 문제로 접근돼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 구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치명적 위험을 내포한다.
① 민간 단체가 공적 자격의 박탈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② 그 판단 기준은 ‘품위 유지’와 같은 추상적 개념에 근거하며,
③ 절차적 투명성과 외부 견제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는 곧 징계권의 자의적 남용 가능성과 조직 정치화라는 이중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변호사 징계제도에 대한 제도적 개편을 차분히 모색해 볼 시점이다. 징계권의 일부를 독립된 외부기구나 행정기관에 분산하고, 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며, ‘품위 유지’와 같은 포괄 조항은 법률로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징계 근거와 절차의 명확성, 예측 가능성, 비례원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치 선진국들은 이미 이에 대한 명료한 해답을 내놓았다. 영국은 법률서비스규제청(SRA)과 변호사기준위원회(BSB) 등이 징계를 담당하며, 변호사협회와는 명확히 분리한다. 미국 역시 각 주 대법원이 징계권을 보유하며,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해 감사를 진행한다. 미국 변호사협회(ABA)는 윤리규범 제정만을 담당하며, 징계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자율성과 공정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자율규제는 민주사회에서 직역단체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그 전제는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권한에 대한 견제와 책임이다. 직능단체가 공적 자격의 생사여탈권을 독점하면서 그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 우리는 결국 “감시받지 않는 감시자”를 법의 이름으로 용인하는 셈이다. 변협이 진정한 자율성의 권위를 인정받고자 한다면, 속히 ‘감시자’ 자리에서 내려와 외부의 견제를 수용하는 결단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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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율규제’라는 이름의 변협 징계권, 이대로 괜찮은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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