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드물지만 이 시대에도 선산과 묘토, 사당을 갖추고 대대로 조상님께 예를 올리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집안들이 있다. 우리 집안도 그 중 하나다. 우리 집안은 성산이가의 종갓집으로,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한개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면서 대대로 선산과 묘토, 사당과 제기를 물려받으며 조상님을 모시고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선산에 관해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해 온 사건에서 피고 측 소송대리를 더러 수행한 경험이 있다.
조상님 묘를 모신 선산의 소유관계는 크게 두 가지로 분별된다.
하나는 비법인사단인 종중이 선산을 소유하면서 종중의 대표나 기타 믿을만한 종중원에게 등기 명의를 명의신탁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 약정과 이 약정에 따른 등기를 모두 무효로 보나(동법 제4조 제1,2항),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해서는 예외조항을 마련해 실권리자와 등기명의자를 달리하는 명의신탁 계약의 효력을 인정한다(동법 제8조 제1호). 이 경우 선산에 관한 등기명의자, 즉, 명의수탁자는 종중과 명의수탁자 사이 계약에 의해 정해지고, 등기명의자가 명의를 정리하지 않은 채 사망하더라도, 명의수탁자의 상속인이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자동 승계하게 된다.
명의신탁 약정에 의한 소유명의 변경의 경우 증여세나 양도세, 취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종중과 명의수탁자가 계약서를 명확히 작성하지 않아 명의수탁자의 상속인들이 종중을 상대로 선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이 불거지곤 한다. 이와 같은 분쟁과 분쟁에 따른 리스크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 약정서를 공증 받아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제사주재자가 선산 등을 단독 상속하는 방법이다. 민법은 제1008조의3에서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의 의미는 첫째로, 제사주재자인 피상속인인 사망한 경우, 금양임야와 묘토, 족보, 제구는 분할 대상인 상속재산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즉, 금양임야와 묘토, 족보, 제구는 다음 제사주재자가 단독으로 상속하고, 제사주재자는 명의만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공동상속인 간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망인의 장남이, 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가,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때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
유의할 점은 민법 제1008조의3은 상속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망인이 미리 금양임야와 묘토, 족보, 제구를 처분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따르면 금양임야는 9900제곱미터, 묘토인 농지는 1980제곱미터까지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고, 금양임야와 묘토인 농지의 자산가액 합계가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억원까지만 비과세한다.
현실에서는 다른 상속인들이 선산을 금양임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선산에 관해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하거나,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따지며 제사주재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불거지곤 한다. 금양임야를 단독 상속받고자 한다면 묘지와 묘지를 지키는 선산, 특히 묘지를 둘러싼 수목을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한다. 만약 임야를 벌목해 일부 면적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하면 바로 금양임야로서의 성질이 상실된다.
이러한 법리를 미리 숙지해 가족끼리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이 없는 게 가장 좋을 것이나, 이미 분쟁이 발생했다면 지체 없이 상속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찾아 상황을 진단받아야 한다. 상속 문제는 상속세 신고 및 납부 기한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지체될수록 손해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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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산을 상속재산분할 할 수 있을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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