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7
한 공간에서 많은 수의 아동을 돌봐야 하는 보육 및 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매일 딜레마에 빠진다. 다수의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이 자칫 특정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난처한 순간은 아동에게 ‘훈육’이 필요할 때다. 단체 생활의 특성상 한 아이의 문제성 행동이 다른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제지가 필수다. 다른 아동들과의 분리 조치가 필요할 때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리적인 제지 및 분리가 또 다른 아동학대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필자가 맡았던 사건 역시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시작됐다. 의뢰인 A씨는 수년 간 아동복지시설에서 근무한 베테랑 보육사였다. A씨가 근무 중이던 시설에는 중증 지적장애와 ADHD를 앓고 있는 아동 B군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문제는 B군이 고성을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지속적인 돌발 행동을 해왔다는 점이었다. 사건 당일 역시 B군은 다른 아동들을 위협하는 행동을 했고, 이에 의뢰인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B군을 별도의 공간에 잠시 분리했다. 그러나 이 행동으로 A씨는 아동학대 피의자가 됐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 따르면,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일반인이 아닌 보육시설 종사자가 관련 혐의에 연루됐을 때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적용되는 혐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바뀌며, 가중처벌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필자를 포함한 변호인단은 A씨의 행위가 아동을 해하려는 '학대'가 아니라, 다른 아동 전체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훈육 및 보호 조치’였음을 입증하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아이를 분리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기에, 행위의 동기와 목적, 그리고 당시의 긴급한 상황을 설득력 있게 소명하려 노력했다.
가장 먼저 A씨의 조치가 다른 아동들을 폭력적 상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이었음을 명확히 했다. 또한, B군을 30분 가까이 분리한 것은 사실이나 문을 잠그지는 않았고, 이는 당시 다른 아동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제지였음을 주장했다. 아울러 B군 역시 평소 의뢰인에게 강한 유대감을 드러낸 점을 바탕으로, 평소 일방적 학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사기관 역시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위 사례처럼 모두를 위한 조치가 한 아이에게는 학대로 비칠 수 있다. 만약 비슷한 딜레마로 법적 문제에 직면했다면,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보호 조치였음을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와 법리적 주장을 마련해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행위가 가진 정당한 목적과 배경을 체계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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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률일보 - 정서적 아동학대, 훈육·분리조치의 법적 딜레마···변호사가 말하는 주요 쟁점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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