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3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도 자유로운 의사결정 상태가 아니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7년 피보험자를 자신으로,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을 경우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5년 후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유족은 보험사에 사망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지급을 거절당했다. A씨가 당시 만취상태였긴 하지만, 자살 도구를 직접 준비한 사실을 고려하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족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았고, 형제와 소송전을 겪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가족들과 소송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툼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실이 직장 등에 알려질까 불안해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유족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고 발생 전 원가족과 소송전을 겪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한 채로 술을 마셨다"며 "당시 망인의 폭력적인 행동은 음주 후 충동조절이 안되는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다른 충동적 행위를 할 위험도 높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상태에서 불안과 후회, 절망감 등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자살 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상태에서 숙고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 김영민 변호사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에 대한 여부는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와 정도 및 당시 주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만성 정신질환과 알코올 복용량, 당시 주위 상황으로 인한 감정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리분별 능력이 상실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권병석 기자 (bsk73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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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우울증 상태에서의 충동적 자살행위, 보험금 지급해야”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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