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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번째 흉악범 신상공개…공개기준 구체화 등 법 보완 필요

2010년 특정강력범죄법, 성폭력처벌법 근거 두고 시행…경찰, 국회 등 법 개정 목소리

앱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은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 시행 후 신상이 공개된 47번째 흉악범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효과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근본적으로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강력범죄자의 증명사진이 아닌 현재 모습이 그대로 담긴 ‘머그샷(mugshot·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범죄자 얼굴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범죄자 신상공개는 2010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처벌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되어 왔습니다. 총 47건의 신상공개 중 주요 사례로는 2012년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범 오원춘, 2017년 어금니아빠 살인 사건의 이영학, 2019년 전 남편 살인 사건의 고유정, 2020년 N번방 사건의 조주빈, 2021년 세 모녀 살인범 김태현 등이 있습니다.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1.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2.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3.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4.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이에 대해 일각에서 기준이 오락가락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혐의가 뚜렷하고 중대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되기 전이기도 하고, 공소제기도 이뤄지지 않은 수사 단계에서 수사기관의 재량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절도·폭력 등 5대 주요 강력범죄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237만 6508건 발생하였는데, 이 기간 신상이 공개된 사건은 0.001%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구체적 기준을 아예 법률로 명시하거나 신상공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비판합니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머그샷을 포함하여 현재 신상을 반영하는 제도 도입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경찰청에 제출하였습니다.

국회에서도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7건이나 발의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흉악범의 신상이 공개된 시점으로부터 30일 내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 수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개정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부에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제도 개선 과정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이라는 두 가치 사이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