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 파트너스가 국민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2천억원의 추가 증여를 약속했습니다.
MBK 파트너스의 2,000억 원 추가 투자는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채권단과의 신뢰 관계를 재정립해 대주주의 경영 책임 이행을 대외적으로 천명하여 기업회생 인수 성공을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보입니다.
선제적 회생 절차 개시: 위기의 본질과 법적 판단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는 돌연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당시 홈플러스는 당장 회생이 필요할 정도로 유동성이 고갈된 상황이 아니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의아함을 안겼는데, 홈플러스의 재무재표 상 총 자산은 약 6조 8천억, 총 부채는 약 2조 7천억원으로 자산이 부채를 4조 가량 초과하는 상태였습니다.
자산 초과 상황은 일반적인 회생 요건인 채무 초과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가 회생을 택한 배경에는 이중적인 금융 구조가 존재합니다.
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가장 큰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바로 ‘고금리 차입금’과 천문학적인 리스 부채였습니다.
특히 2023년 회계연도 기준 부채비율은 1,408%에 달할 정도로 자본 구조가 취약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회생절차 신청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고, 곧 고정적인 금융비용 부담을 법적으로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선택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주요 타임라인
날짜 | 주요 사건 | 의미 및 법률적 조치 |
2025. 3. 4 | 기업회생 절차 개시 신청 | ‘선제적 대응’ 명분 하에, 재무적 부담 해소를 위한 전략적 선택, 법원은 11시간 만에 개시 결정 |
2025. 4. 10 | 채권자 목록 제출 | 총 회생채권 2조 7,000억 원 규모 집계,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구성 노출 |
2025. 6. 12 | 계속기업가치 조사보고서 결과 발표 |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회사의 존속가치 평가 보고서 제출 -청산가치(3.7조원) > 계속기업가치(2.5조원)로 평가, 회생 절차 폐지 가능성 제기 |
2025. 6. 20 | 인가 전 M&A 추진, 법원 승인 | 법원이 청산가치 초과에도 불구하고 회생에 중점을 둔 결정으로 공익적 판단이 개입됨을 시사 |
2025. 8. 13 | 15개 점포 추가 폐점 공식 발표 | 임대료 조정 실패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 발표, 사회적 갈등 야기 |
2025. 9. 8 |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재연장 | M&A 진전 부재로 인해 11월 10일까지 추가적인 기한 연장 |
2025. 9. 19 | 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 | 정치권 개입으로 폐점 절차 중단 발표 |
2025. 9. 24 | MBK파트너스 2,000억 원 추가 투자 발표 | 인수자 부담 완화 및 사회적 책임 이행 명분으로 대규모 자금 투입 |
인가 전 M&A: 법률적 난관과 사회적 고려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중요한 쟁점은 ‘청산가치보장원칙’과의 충돌입니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 7,000억 원으로, 계속기업가치인 약 2조 5,000억 원을 1조 원 이상 웃도는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채무자회생법」의 원칙에 따르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을 경우 회생의 실익이 없다고 보아 절차를 폐지하고 청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채권자들에게 회사를 청산했을 때보다 회생을 통해 더 많은 금액을 변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보호 원칙입니다.
그러나 서울회생법원은 이례적으로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추진을 승인했습니다.
순수하게 재무적 판단을 넘어선 법원의 공익적 고려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약 2만 명의 직접 고용 인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등 최소 10만 명에 이르는 이해관계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중대한 사회적 파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트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고용 안정과 지역 경제 파탄 방지를 강력히 요구한 점은 법원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법원의 인가 전 M&A 승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홈플러스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예비 인수자를 먼저 정한 후 공개 입찰을 진행하려 했으나 뚜렷한 원매자를 찾지 못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수차례 연장되었습니다.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는 이마트, GS그룹 등 기존 유통업체와 네이버, 쿠팡 등 비유통업체가 거론되고 있으나 몸집이 크고 강성 노조의 부담이 있는 홈플러스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의 2,000억 원 추가 투입: 전략적 승부수
그리고 2025년 9월 24일,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최대 2,000억 원을 추가로 증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의 지원금 3,000억 원을 포함하여 총 5,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기업 회생 사례 중 역대 최대 수준의 대주주 자금 투입입니다.
MBK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자금이 인수인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M&A를 성사시키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규 자금 유입으로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높여 인수합병을 통한 계속기업가치를 실질적으로 증대시키고자 하는 목적에 더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로 보입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가 사기적 부정거래혐의로 김병주 MBK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며 법적 분쟁의 영역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준비하면서도 단기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MBK의 이번 투자는 이러한 법적, 사회적 압박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원 인가를 위해서는 채권자들(회생담보권자 3/4, 회생채권자 2/3)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MBK의 책임 있는 행동은 관계인집회에서 긍정적인 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진해운 사태에서 얻은 교훈 : 덩치 큰 기업 회생, 정치권 개입 결과는?
홈플러스의 회생 과정은 과거 대규모 기업회생 사례와도 엮어 볼 수 있습니다.
2025년 지난 1월, 파산 폐지가 결정된 한진해운은 회생 실패가 가져오는 국가적, 사회적 파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당시 한진해운 관련 전체 실직자가 1만 명이 넘을 정도였고, 파산 개시 이후 약 7년간 법인 청산, 장비 매각 등의 자산 환가 작업에도 확보한 금액은 4,700억원에 그쳤습니다.
파산 채권 3조 5,246억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 결국 채권자들에게 배당된 재원은 전무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초래되었습니다.
이러한 한진해운 사태 이후 정부와 법원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기업의 회생에 있어 ‘공익’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 사태에서 나타난 정치권의 개입과 법원의 전향적 판단은 이러한 교훈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는 청산가치보장원칙이라는 법적 난관, 강성노조와 부실한 업황이라는 시장의 현실, 그리고 사기적 부정거래라는 형사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중대한 시험대입니다.
최종 운명은 결국 시장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인수자의 부담을 낮추었다고 해도 오프라인 유통업의 근본적 한계와 강력한 노동조합의 존재에 몸을 사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회생은 무의미합니다.
향후 홈플러스의 M&A가 성사될지, 새로운 경영 주체가 이 난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기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홈플러스가 넘기게 될 다음 페이지가 기업 회생의 교과서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