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5
임대차 계약 시 임대료를 내는 단위와 연체로 인한 계약 해지 단위를 다르게 정했다면 임차인에게 불리한 불공정 계약이므로 효력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달 11일, 카페 운영업체 A사가 인천관광공사를 상대로 낸 '임대차계약관계 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A사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사건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는 인천의 한 관광시설에 입주하기 위해 인천관광공사와 10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에는 매년 초 1년 치 월세를 미리 내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방문객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A사는 재정난에 부딪혔고 지난해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공사 측은 올해 초 A사에 임대료 지급을 촉구하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는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계약서에 '월세 연체액이 3개월분에 달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3기에 달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사는 즉각 반발했다. 임대료는 '1년 단위'로 한번에 내기로 약정해놓고 계약 해지 조건은 '월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A사는 임대차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상 임대료를 1년 단위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반면, 연체 시 해지 기준을 3개월분으로 정한 것은 그 자체로 임차인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해당 연체 해지 조항은 효력이 없으므로 공사 측이 보낸 내용증명으로 인해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의 김성찬 변호사는 "계약서의 해지 사유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차임 연체액이 3기에 달하는 경우'라고만 명시돼 있었다"며 "재판 과정에서 '1년 단위로 차임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 3기의 차임은 곧 3년분'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임차인에게 불리한 계약임을 인정받고 승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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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3개월 밀렸으니 가게 비우세요"… 계약서 살펴보니 '무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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