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효율화’ 핑계로 일감 뚝···중소기업 생존 위협하는 부당 거래거절
2026-06-04

법무법인(유한) 대륜 손계준 변호사
산업 현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동반 성장을 도모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특정 대기업에 의존하는 소규모 협력업체의 경우, 원청사의 무리한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불공정거래 유형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존립 자체를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행위가 있는데, 바로 일감을 부당하게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부당한 거래거절’이다.
부당한 거래거절은 오랜 기간 거래해 온 협력업체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발주를 대폭 줄여 사실상 사업 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대기업들은 보통 일방적인 계약 해지보다는 경영 효율화, 내부 정책 변경, 물량 분산 등의 명목을 내세워 서서히 일감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취하곤 한다. 이때 협력업체가 생존의 위협을 느껴 항의하면, 대기업은 거래 상대방과 물량을 결정하는 것이 기업의 경영상 자유이자 계약 자유의 원칙이라 주장하며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나 계약의 자유라는 명분이 모든 횡포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대법원과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대체 거래처를 찾기 힘든 상대방의 거래 기회를 박탈하고 경영 기반을 흔드는 것을 명백한 위법으로 보고 있다. 납품업체의 중대한 과실이나 품질 불량, 지속적인 납기 지연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거래 물량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이 엄격하게 규제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 삭감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린 한 업체를 대리한 사례가 있다. 포장 및 물류 분야의 소규모 회사인 A사는 대기업 B사와 20년 이상 전속으로 거래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날 B사는 효율화를 명목으로 일감을 줄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갑자기 물량을 폭증시켜 놓고 납기를 맞추지 못한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부당한 압박을 이어갔다. 결국 A사는 물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당장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내몰렸다.
이는 단순한 물량 감소를 넘어, 합리적 사유 없는 거래 축소라는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명확히 충족하는 사안이었다. 필자는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를 면밀히 분석한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고, 강력한 제재를 우려한 B사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 원만한 합의를 도출했다. 결과적으로 A사는 실질적인 손해에 대한 보상을 받고 정당한 권리를 성공적으로 되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조치로 인해 경영난에 처했다면 무작정 인내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분쟁의 핵심은 객관적인 입증에 있으므로, 평소 원청사와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메신저 내용, 회의록, 발주서 등의 자료를 철저히 보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두로 부당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이를 확인하는 내용의 서면 기록을 남겨두는 지혜도 필요하다. 불공정거래 사건은 산업 특성에 대한 이해와 복잡한 법리 해석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다.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다면 사건 초기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회사의 정당한 권익을 적극적으로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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