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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5년 만의 유류분 대수술…달라지는 상속 설계의 핵심은?

언론매체 세정일보
작성일

2026-08-20

조회수 4

[기고] 45년 만의 유류분 대수술…달라지는 상속 설계의 핵심은?

2026년 상속세 세제개편의 큰 변화…형제 자매 유류분 전면 폐지
파급력이 큰 변화…기여분과 유류분의 관계 어떻게 따질 것인가
가업승계 준비기업…세무전략 및 자산승계 설계 촘촘하게 짜야
새로운 쟁점…기업성장 기여도 입증, 상속권 상실사유 증명이 관건

내 재산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남길 수 있을까. 2024년 4월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결정(2020헌가4 등)은 이 오래된 질문에 이전과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1979년 시행 이후 45년간 유지돼 온 유류분 제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한 것이다. 당시 결정의 핵심은 유류분 제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변화한 시대상에 맞춰 '가족 보호', '개인의 재산권', '유언의 자유'라는 세 가지 가치의 균형을 다시 설정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올해 2월 상속권 상실 선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에 관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적 변화로 이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형제자매 유류분의 전면 폐지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형제자매 유류분 조항(민법 제1112조 제4호)은 위헌으로 효력을 상실된 이상 위헌결정 이후 제소된 사건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 청구는 법적 근거를 잃어 기각된다. 다만 개별 사건의 처리와 이미 진행 중이던 소송의 귀결은 소송 단계와 경과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형제자매는 독립된 경제적 생활공동체이며, 이들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해 피상속인의 재산권 처분 자유를 제한할 정당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무적으로 이는 1인 가구와 비혼 가구의 자산 승계 전략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평생 독신으로 살며 조카를 친자식처럼 키운 사업가가 재산 전부를 조카에게 남기려 할 경우, 과거에는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형제자매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재산을 온전히 승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다른 핵심 변화는 유류분 상실 사유의 신설이다. 장기간 부양 의무를 외면하거나 지속적인 학대와 유기, 중대한 범죄행위 등을 저지른 상속인에게까지 유류분을 보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실무에서는 어디까지를 상속권 상실 사유로 볼 것인지, 이를 누가 어떤 증거로 입증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단순히 가족 간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피상속인의 요양시설 입·퇴원 기록, 병원 진단서, 상속인의 폭언이나 유기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와 녹취록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가장 파급력이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여분과 유류분의 관계다. 기존 실무에서는 부모를 20년간 홀로 봉양한 장녀가 그 대가로 재산을 증여받았더라도, 연락조차 없던 동생이 유류분을 청구하면 그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 조항(민법 제1118조) 및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조항(민법 제1112조 제1호~제3호)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고, 이번 개정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유증을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도록 하여(민법 제1008조 단서 신설), 상속재산분할과 유류분 산정에서 기여를 더 두텁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비되었다.

기여분의 인정 범위는 부모 간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회사 경영 참여, 상속재산의 관리, 개인 자금 투입을 통한 사업 확장 등도 기여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실무에서는 "부모를 많이 모셨다"는 주관적 주장만으로는 기여분이 인정되기 어렵다. 급여 내역, 사업 자금 이체 기록, 간병비 영수증 등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 경영에 장기간 참여하며 가업의 성장에 기여한 특정 자녀에게 지분을 집중 승계하는 경우, 민사상 이를 단순한 무상 증여가 아니라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받아 다른 상속인들의 유류분 반환 청구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법적 기반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민사상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세법상 지분 이전에 따른 증여세·상속세는 여전히 과세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전에 세무진단 및 철저한 절세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류분 제도의 개편은 단순한 상속법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세무 전략과 자산 승계 설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형제자매 유류분이 폐지되면서 생전 증여와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한 자산 이전은 한층 유연해졌다. 다만 증여세·상속세 부담은 유류분 제도 개편과 직접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기존 세법 조항에 따라 별도로 결정된다. 따라서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자산을 집중할 경우 증여세와 상속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납세 재원 마련과 가업상속공제 등 절세 전략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은 상속 분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분쟁의 양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획일적인 법정상속의 시대를 넘어 피상속인의 의사가 보다 존중되는 맞춤형 상속 설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는 법정 유류분 비율 자체보다 기여분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상속권 상실 사유를 어떤 증거로 증명할 것인지가 상속 분쟁의 새로운 중심 쟁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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