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직원 기술유출, 민사보다 형사가 먼저”···기업이 놓치는 초기 대응
2026-09-04

법무법인 대륜 조민우&정경훈 변호사 인터뷰
"기술유출 10건 중 8건 내부자···'민사보다 증거 확보가 먼저'"
"AI·클라우드 시대 기술유출···내부통제 없는 기업 보호받기 어려워"
최근 기술유출 범죄가 급증하면서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가 경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유출 범죄 검거 건수는 총 179건으로 전년보다 45.5%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82.7%는 기업 임직원 등 내부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조계에서는 기술유출 사건의 승패는 민사소송보다 사고 직후 증거 확보와 형사 대응에서 갈린다고 입을 모은다. 지식재산권 및 기업법무를 담당하는 법무법인 대륜 조민우·정경훈 변호사를 만나 IP 대응 전략을 들었다.
조민우 변호사는 기업들이 여전히 과거 방식으로 기술유출을 의심하고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퇴직 직원의 노트북이나 USB 사용 여부만 확인하는 기업이 적지 않지만 최근에는 개인 클라우드나 협업 플랫폼, 원격 저장소 등을 이용해 자료를 이전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며, "협업 메신저 툴이나 SaaS 서비스 접속 로그 등 다양한 디지털 흔적이 핵심 증거가 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소스코드나 설계도면, 연구자료 일부를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는 행위 역시 새로운 영업비밀 유출 경로가 될 수 있다"며, "과거처럼 저장장치만 관리해서는 기술유출을 막을 수 없고 디지털 업무환경 전반을 관리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사기관이 적발하는 기술유출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수사 사례에 따르면, 반도체 핵심 공정기술을 해외 경쟁사로 넘기기 위해 위장회사를 설립하거나 국가핵심기술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반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범행이 적발되기도 했다. 단순히 파일을 복사하는 수준을 넘어 모바일 기기와 클라우드, 온라인 협업 환경을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수사기관 역시 서버 로그와 모바일 포렌식, 계정 접속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확보해 범행을 입증하고 있다.
조민우 변호사는 기술유출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유출보다 초기 대응 실패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은 퇴직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손해배상이나 민사소송부터 검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 인멸 전 이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퇴직 직전 대량 다운로드 여부, 이메일 전달 기록, 클라우드 동기화 이력, 계정 접속기록 등을 즉시 보전하지 않으면 이후 소송에서 입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무에서는 서버 로그 보존 조치와 디지털 포렌식 착수, 관련 계정 접근 제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 내부에서 임의로 PC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증거보전 절차를 염두에 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경훈 변호사는 기술유출 사건은 일반적인 민사분쟁과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기업들은 영업비밀 침해라고 하면 손해배상청구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실무에서는 형사절차가 사건 해결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민사소송에서는 상대방이 보유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형사고소를 통해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이 이뤄져야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고,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경우에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함께 적용될 수 있다"며, "형사절차에서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전직금지가처분과 영업비밀 침해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를 연계하는 것이 현재 기업 분쟁의 일반적인 대응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두 변호사는 기술유출 사건이 민사와 형사뿐 아니라 노동법 영역까지 동시에 연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경훈 변호사는 "핵심 연구인력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에는 경업금지약정의 효력과 전직금지가처분,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동시에 문제되는 사례가 많다"며, "채용 단계에서 체결한 계약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사·보안·법무 부서가 함께 관리체계를 운영해야 분쟁 발생 시 실효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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