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보더 법무] 눈속임 통관 종말…글로벌 셀러 사각지대 사라진다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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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아·안준용 외국변호사와 명재호 관세전문위원(법무법인 대륜)이 크로스보더 법무 소식을 전합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 Border Trade)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쇼피, 큐텐 등 글로벌 플랫폼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수출입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개인 셀러들도 손쉽게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 소비자와 연결되는 화려한 프론트엔드의 이면에는 각국 세관이라는 견고한 백엔드 장벽이 존재한다. 많은 글로벌 셀러들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특송 화물은 전통적인 기업 간 거래(B2B) 수출입보다 규제가 덜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글로벌 관세 행정의 칼날은 오히려 B2C 이커머스 화물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2026년 하반기 관세청이 '전자상거래 전용 통관 플랫폼 구축'과 'AI 통관 에이전트·AI 관세조사 시스템' 도입 계획을 검토하면서 글로벌 셀러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서류 조작이나 관행이 통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관세 행정이 고도화된 디지털·데이터 심사 체계로 촘촘하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쪼개기 발송과 소액 면세(De minimis) 규제의 역습
글로벌 셀러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치명적인 함정은 저가 신고(Under-Valuation)와 쪼개기(분할 발송)다. 이른바 미국, 한국 등 국가별로 정해진 소액 물품 면세 한도를 악용해 관세와 부가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다.
과거에는 수천 건의 특송 화물 중 일부를 무작위로 검사하는 방식에 의존했기에 이러한 편법이 통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규제 환경은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소액 면세 화물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했고 유럽연합은 이미 소액 물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폐지한 데 이어 관세 면제 한도까지 철폐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역시 관세청이 전자상거래 전용 통관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한다고 밝히면서 해외직구 제도 악용 차단에 나섰다. 동일한 구매자나 주소지로 면세 한도 이하의 물품이 반복적으로 쪼개져 반입되는 패턴은 세관의 위험 관리 시스템에 포착된다. 한 번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화주나 셀러의 화물은 향후 전수 검사 대상이 되며 이는 배송 지연과 플랫폼 내 계정 정지 등 치명적인 페널티로 직결될 수 있다.
국세청·관세청 데이터 연계와 AI 관세조사의 등장
또 다른 핵심 리스크는 세관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데이터 통합 검증이다. 관세청은 올해 하반기 수출입 신고 데이터와 국세청 자료를 연계 분석하는 AI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이 가동되면 과거처럼 수입자가 제출한 송장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끝난 것이다. 앞으로는 AI가 자사몰과 오픈마켓의 실제 판매 링크, 결제 데이터, 배송비와 플랫폼 수수료 등 가산 요소를 정밀하게 수집해 수입 신고가와의 격차를 입체적으로 추적하게 될 전망이다.
만약 판매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신고하거나 수입 실적을 조작해 재정·금융 이득을 취한 정황이 적발될 경우 누락 세액 추징과 과소신고 가산세는 물론 관세포탈죄나 무역 기반 재정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데이터의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원산지 둔갑 단속 범위 확대와 IP 침해 리스크
제3국에서 수입한 원재료나 반제품을 국내에서 단순 조립·가공한 뒤 국산(Made in Korea)으로 둔갑시켜 수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될 예정이다. 관세청은 지자체·생산자단체와 협력하는 원산지 둔갑 종합단속체계를 구축하고 단순 가공·단순 조립 물품까지 단속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입 원재료에 본질적 변형을 가하지 않고 한국산 마크를 붙여 우회 수출하는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또 K-뷰티, K-푸드 등 유망 수출품의 경우 역직구 활성화를 위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절차 간소화 등 지원책이 추진되는 한편 지식재산권(IP) 침해나 성분 미인증 물품에 대한 조치는 더 엄격해진다. IP 침해 물품은 소액 특송 화물이라 할지라도 현장에서 즉시 압수·폐기된다. 나아가 해외 브랜드 권리자로부터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위험도 발생하게 된다.
사후 대응을 넘어 선제적 무역 컴플라이언스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전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통관을 배송의 마지막 단계로 치부하며 물류 대행사에 전적으로 위임해 버리는 우를 범한다. 통관 과정에서 저가 신고나 원산지 위반이 적발될 경우 최종적인 법적·재무적 책임은 대행사가 아닌 화주(셀러)와 기업 경영진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의 첫 단추인 제품 기획과 소싱 단계부터 통관 리스크가 철저히 계산돼야 한다. 현지에서 잘 팔릴 아이템을 찾는 것을 넘어 수입국 요건(인증·검역) 충족 여부, 플랫폼 수수료가 포함된 과세 가격의 적정성, 원산지 기준·IP 침해 여부를 경영진 차원에서 사전에 점검하는 실사 과정이 필수적이다.
관세 당국의 AI 기반 데이터망이 전례 없이 촘촘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과거의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한 후 막대한 가산세를 물며 수습하는 사후 대응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조직 내에 선제적 무역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내재화하는 것만이 치열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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