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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촘촘해졌는데 유출 대응은 그대로”···기술유출, 결국 ‘입증’이 가른다
2026-11-02

법무법인 대륜 남상봉 & 이강일 변호사 인터뷰
USB에서 M&A로···“합법적 투자 구조 가장한 기술유출 늘어”
“징벌배상 5배여도 손해액 입증 못 하면 소용없어···3단계로 대비해야”
최근 기술유출을 둘러싼 법적 제재가 어느 때보다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기업이 실제로 기술을 지키고, 유출 이후 피해를 입증하는 일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179건으로 전년보다 45.5% 늘었고, 이 가운데 86.6%가 중소·중견기업의 피해였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3배에서 5배로 높아지고 양형기준도 상향됐지만, 최근 5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은 162명 중 77명(47.5%)은 집행유예나 재산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결국 관건은 기업의 대응 역량이다. 이에 검사 시절 산업기술 침해 사건을 집중 수사한 남상봉 변호사와 대륜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강일 변호사를 만나 달라진 유출 양상과 대응 전략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남상봉 변호사는 기업들이 여전히 과거의 유출 공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남 변호사는 “퇴직자가 USB나 노트북으로 자료를 들고 나가는 사례만 경계하는 기업이 많지만, 최근에는 합작법인 설립이나 소수지분 투자, 해외 연구소 설립처럼 합법적인 투자 구조를 가장한 유출이 늘고 있다”며 “문제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기술과 인력이 함께 넘어간 뒤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의뢰한 보고서도 기술유출 방식이 인력 스카우트에서 투자 구조를 활용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고도화되는 유출 방식에 발맞춰 법적 규제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나가고 있다고 이강일 변호사는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고 유출한 경우와 유출을 알선·유인하는 브로커까지 처벌 대상을 넓혔다. 미승인·부정승인 해외 M&A에 대한 정부의 중지·금지·원상회복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일 1,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도 부과된다. 이 변호사는 “기술 유출을 단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기술 자체뿐 아니라 기술이 이전되는 통로인 거래와 거래당사자 외에 관련자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새 양형기준은 국가핵심기술 국외 침해에 최대 12년, 그 밖의 산업기술 국외 침해에 최대 10년을 권고하고, 초범이라는 사정을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했다.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집행유예 선고가 이어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남상봉 변호사는 그 이유를 ‘입증’에서 찾았다. 그는 “법원은 결국 증명된 범위에서만 형을 정한다”며, “해당 기술이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 피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가 특정되지 않으면 법정형이 아무리 높아도 실제 형량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증의 어려움은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민사 영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강일 변호사는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비밀로 관리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는데, 비밀유지의무 부과, 접근권한 제한이나 반출 통제 같은 관리 기록이 없으면 법원이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5배로 올라갔어도 손해액 입증 자체가 쉽지 않은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보완적 방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두 변호사는 사전 관리, 거래 전 검토, 사고 직후 대응의 세 단계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사전 관리는 앞서 짚은 입증 문제와 직결된다. 이강일 변호사는 “평소 기술별 접근권한과 권한자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부과, 반출 기록, 연구개발 투입 비용을 남겨두는 것이 곧 비밀관리성과 피해 규모를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며,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가장 중요한 기술부터 등급을 나눠 관리하고, 퇴직 때 자료 반납과 계정 회수를 체크리스트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거래 전 검토는 투자 구조를 가장한 유출을 막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꼽힌다. 남상봉 변호사는 “자사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신고나 승인 대상인지를 계약 초기부터 확인하고, 공개할 기술 정보의 범위와 사용 제한을 계약서에 미리 정해야 거래 무산이나 제재를 피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두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라면 신속한 증거 보전이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남상봉 변호사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산업기술 관련 법적 규제를 정확히 숙지해야 불의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은 물론 국가첨단전략산업보호법, 대외무역법 등에 산재한 여러 규제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한다면 최근 불거진 Y기업과 K기업 간 경영권 분쟁 사례에서 드러났듯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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