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0
‘네트워크 로펌’ 이전 형태, 사실상 변호사 개인사무실
업계 재편 진통…피해는 고스란히 법률소비자 몫
법조계 “조직적 대응 가능하다는 식 홍보 근절 필요”
최근 법조계에서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는 ‘네트워크 로펌’이다. 침체된 법률시장에서 유일하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로펌의 선두주자로는 대륜과 YK가 꼽힌다.
YK는 지난해 15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대형 로펌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대륜도 지난해 설립 9년 만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최단기 10대 로펌에 진입했다.
네트워크 로펌들은 주로 ‘원 펌(One-firm) 체제’를 표방한다. 전국 각 지역에 분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로펌 운영과 관련된 사안은 모두 주사무소에서 일괄 관리하는 식이다. 수익 역시 모든 구성원이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광고비용으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는 등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이들 로펌이 소규모 지역의 사건을 모두 휩쓸어 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네트워크 로펌의 등장 전에는 이른바 ‘별산제 로펌’이 업계의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별산제 구조는 같은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어도 각 변호사가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처럼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무실 임차료나 직원 임금 등 공동경비만 함께 부담하는 형태로 사실상 개인사무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건 역시 각 사무소별 개별적으로 수임한다. 국내에서는 네트워크 로펌이라는 용어가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면서 실질적으로는 별산제 로펌까지 같은 범주로 인식되는 것은 고객에게 불필요한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네트워크 로펌 관계자는 “한국 법조계는 아직 글로벌 로펌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일부 로펌은 분사무소 2~3개에 온라인 광고만으로 네트워크를 자칭하며 사실상 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며 “주사무소 중심으로 사건을 일괄 진단하고 배당해 전국 단위 퀄리티 컨트롤이 가능한 글로벌 메가 로펌형 구조를 구축한 곳은 극소수만 해당한다. 전국 분사무소가 각기 다른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산제 구조는 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실제 별산제 로펌은 관리 부실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번듯한 법무법인의 외형과 달리, 실제로는 변호사 개인이 혼자 수임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사건 관리 및 협업 시스템의 부재가 법률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별산제 로펌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존재한다. 별산제 로펌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법률 대리를 맡은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논란이 된 이른바 ‘재판 노쇼 사건’이다. 피해자 유족은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변호사의 계속된 불출석으로 결국 항소심에서는 ‘패소’로 그 결과가 뒤집혔다.
사건이 논란이 되자 해당 변호사가 소속돼 있던 로펌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변호사는 주사무소에서 탈퇴했고, 우리 분사무소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재빨리 선긋기에 나섰다.
결국 이같은 로펌 운영 행태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고 찾은 곳이 사실은 개인 사무소보다도 체계가 없다면 법률소비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분쟁도 늘고 있는 만큼 업계 내부적인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며 “별산제 구조를 취하고 있음에도 조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재관 기자 (paksunb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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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생기는 무늬만 로펌… ‘별산제’ 경계해야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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