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2
최근 유럽연합(EU)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도입하면서 ESG 공시 의무화는 전 세계적인 불가역적 흐름이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을 당초 2026년 이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춘 기업 투명성 제고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그 골자다.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투자 유치, 기업 신뢰도 제고, 지속가능 경영 인프라 확충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제도적, 현실적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의 조기 시행은 기업에 심각한 부담과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ESG 공시 체계 마련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충분치 않아 시행착오와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ESG 공시의 조기 의무화가 기업에 어떠한 구체적인 위험 요인을 안길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불완전한 공시로 인한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신뢰도 높은 ESG 데이터를 산출하려면 기존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외부 전문 기관의 검증을 받는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기 시행 압박 속에서 충분한 내부 시스템 정비나 외부 검증 없이 공시를 서두를 경우,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과장된 성과는 자본시장법 제125조(허위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에 따라 경영진을 직접 겨냥하는 주주대표소송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친환경적이지 않은 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그린워싱'은 단순한 평판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실제적인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검증되지 않은 공시는 기업에게 법적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둘째, 평가 기준의 모호성과 기관별 기준 불일치로 인한 과도한 대응 부담이 발생한다. 현재 국내외 ESG 평가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 없이 여러 기관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평가기관인 MSCI, S&P Global과 국내의 한국ESG기준원(KCGS) 등은 각기 다른 평가지표와 산업별 가중치를 적용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국내 100대 기업 중 55개사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별 ESG 등급은 평균 1.4단계나 차이가 났다. 즉, 한 기관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이 다른 기관에선 '미흡'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불일치와 모호성은 기업의 대응 비용을 급증시키고 있다. ESG 보고서, 감사 자료, 개선 계획 등을 각각의 기관 요구에 맞춰 중복 대응해야 하며, 컨설팅 비용과 인력 부담도 커진다. 이는 특히 자금·인력 여력이 제한된 중소기업에게 막대한 리스크가 된다.
셋째, 공급망 전체에 '단절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ESG 공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탄소배출량, 인권, 안전, 윤리 등 다양한 지표는 공급망 전체에 걸친 데이터 확보와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탄소배출 데이터는 협력사까지의 정보를 요구한다. 하지만 다수의 협력사들은 ESG에 대한 이해도와 준비가 부족하고, 인력과 시스템 구축 여력 또한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ESG 대응이 어려운 협력사는 대기업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위험에 직면한다. 이는 곧 '공급망 단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ESG 공시 의무화의 시점을 둘러싼 논의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2025년이든 2027년이든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준비하느냐'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성급한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제도의 취지를 온전히 살려낼 때, 비로소 ESG는 우리 기업과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 중요한 전환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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