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0
"의뢰인이 원하는 건 전관이라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끝까지 뛰어주고, 진심과 실력으로 함께할 때, 비로소 신뢰가 생깁니다."
법무법인 대륜 김진원 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는 전관예우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년 넘게 검찰에 몸을 담다 10년 전 변호사로 새출발한 그는 여전히 매일 수사기관과 법정을 오간다. 의뢰인의 곁에서 힘이 되는 것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7년여 동안 검사로 재직한 이일권 변호사(연수원 23기)도 늘 현장에서 직접 의뢰인과 마주한다. 이 변호사는 “많은 의뢰인들은 전관의 ‘이름값’이 아닌 지식과 경험을 신뢰하며 사건을 맡기는 만큼, 이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김낙형 변호사(연수원 34기)의 하루도 쉴새없이 흘러간다. 3000여 건 이상의 판결문을 작성했던 김 변호사는 이제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위해 서면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오랜 세월 실무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부산 영남권 세 명의 변호사를 10일 대륜 부산분사무소에서 만났다. 이들은 부장검사, 부장판사를 역임한 변호사들의 역할부터 변호사 시장의 새로운 흐름, 대륜의 ‘담당팀 전원 재판 출석’ 시스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아래는 변호사들과의 일문일답
-흔히 고연차 변호사들은 이름만 올리거나 뒤에서 조언만 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적지 않다. 직접 현장에서 사건에 깊이 관여하는 이유가 있다면.
▲김진원(이하 진): 과거에는 소위 ‘전관’들이 이름만 걸어두고, 실제 소송 수행은 후배 변호사가 가는 것이 일부 관행이었다. 지금은 모든 법률 정보와 변호사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는 직접 기록·검토해 발로 뛰는 과정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저는 반드시 현장에 나간다.
▲이일권(이하 이): 수사와 재판은 유동성이 심하고, 우발적인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는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줄 알아야 한다. 저 같은 경우에는 관련 경험이 보다 더 풍부하기에 순발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륜의 많은 전관 변호사들이 수사기관, 법정 등 현장에서 실무를 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의뢰인의 신뢰도와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낙형(이하 김) :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비용에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의뢰인이 그렇게 힘들게 비용을 마련해 맡긴 사건인데,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린 채 실제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 건 변호사로서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륜은 '사건 담당팀 전원 재판 참석'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이런 시스템이 의뢰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김: 의뢰인 입장에서 수사나 재판은 일생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한 순간이다. 법정에 나오는 것 자체가 두렵고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때문에 여러 명의 변호사가 빈틈없이 법적 보호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줘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원칙적으로 전원의 재판 출석에 찬성한다. 담당 변호사 전원이 참석하는 것은 의뢰인에게 해당 법무법인에 대한 신뢰도를 높임과 동시에 ‘고객 중심’의 가치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 정착의 과정에서 같은 지역권 내 변호사 배당 등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면 의뢰인에게 필요한 제도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변호사가 ‘원팀’으로 구성되는 이유와 시너지를 발휘한 사례가 있다면.
▲김: 음란물 사건과 관련, 이일권 변호사와 사건을 수행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 기록 검토, 저는 재판 전략 구성을 주로 맡았다. 증거 기록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에서 자백 및 반성 권유 등 법리적 판단과 조언을 제공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수 있었다.
▲이: 원팀을 추구하는 이유는 협업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륜의 경우 경험 많은 베테랑 변호사와 주니어 변호사, 중간에 브릿지 역할을 해주는 변호사가 함께 합을 이룬다. 베테랑 변호사들이 경륜과 주니어 변호사들의 기동성이 만나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니어 변호사들은 수사 기록 검토, 의견서 작성, 증인 신문 등 실무 작성의 노하우를 지니게 된다. 궁극적으로 원팀을 위한 이 모든 노력은 ‘의뢰인의 신뢰’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현재는 어떤 변호사에게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지.
▲김: 예전 법조계에는 법원장 출신, 검사장 출신 고위 전관 변호사들은 이름만 내건 뒤 실제 법정에 출석하지도 않고, 심한 경우 사무장들이 서면을 작성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다소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로스쿨 도입 이후 수 만 명이 경쟁하고 있다. 전관예우 관행은 이제 찾아볼 수도 없고, 의뢰인들도 전관예우에 기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법조계 현실을 잘 알고 계신다. 그렇기에 현재는 관련 사건에 대한 전문성과 실력은 물론이고 얼마나 ‘고객 중심’으로 변호사가 지닌 노하우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유일한 기준이며 이는 역행할 수 없는 시대 방향이다.
▲진: 과거에는 전관 타이틀 하나 만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 상황은 전혀 다르다. 오랜 기간의 법조인 경력이 있더라도 ‘실무처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늘 배우고 익히는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그런 노력들이 의뢰인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과거에는 소위 변호사의 ‘이름값’이나 ‘권위’가 중요했다. 그리고 이를 갖춘 변호사를 흔히 ‘전관 변호사’라 불렀다.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사실상 없었기에, 법조 브로커를 통한 무분별한 전관 변호사 선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시대다. 의뢰인들이 저희 같은 변호사들에게 원하는 것은 ‘이름값’이 아닌 그들의 지식과 경험일 것이다. 그렇기에 의뢰인에게 자신의 역량을 잘 설명하고, 자연스럽게 변호사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권병석 기자 (bsk73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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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보다 중요한 건 고객 눈높이"...‘관록 군단’ 대륜 변호사 3인의 통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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