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8

최근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하며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공식화했다. 과거 여러 차례 논의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던 배임죄 규정이 70년 만에 폐지로 가닥이 잡히면서, 재계는 반색하는 한편 향후 대체 입법의 방향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배임죄는 '임무 위배', '재산상 손해' 등 구성 요건의 모호성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족쇄로 꼽혀왔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에 따르면 배임·횡령죄의 무죄율은 6.7%로 전체 형법 범죄 평균(3.2%)의 두 배를 웃돌았는데, 이는 검찰의 기소조차 결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법리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선의의 경영 판단마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공포로 작용해 경영진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신사업 추진이나 M&A 등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는 '경영의 사법화'를 고착화했다. 이는 대부분 민사적 해결 절차를 우선하는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와도 대비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배임죄 폐지 이후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연내 추진하는 대체 입법 방향은 횡령과 같이 사익을 편취하는 악의적 범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통해 엄벌하되, 일반적인 경영 판단의 책임은 주주대표소송 등 민사적 구제 절차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가장 먼저 주주대표소송 등 강화될 민사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형사 고소·고발 카드가 사라지면, 주주들은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활용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결론뿐만 아니라,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 검토 내용, 반대 의견까지 상세히 기록·관리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면 그 내용까지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임원책임배상보험(D&O Insurance)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배임죄 폐지 이후 민사 소송의 빈도와 규모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은 기존 보험의 보장 한도와 범위를 재점검해야 한다. 이는 잠재적인 소송 리스크로부터 경영진 개인을 보호해 이들이 소신껏 경영 활동에 전념하도록 돕는 가장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향후 주주대표소송 관련 특약 등 시장에 새롭게 등장할 상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준법 감시 및 내부 통제 시스템을 한 단계 고도화해야 한다.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주요 투자나 M&A 결정 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리스크를 사전에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이사회에 투명하게 보고하는 사전 검토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정기적인 이사회 교육을 통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은 물론, 이러한 노력을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 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확보해나가야 한다.
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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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폐지 한숨 돌렸지만…기업들 '민사 리스크' 대비할 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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