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6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발생하는 하도급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건설 하도급 분야 분쟁조정 신청은 총 660건으로 2년 전인 492건과 비교해 약 34%나 늘어났다. 이는 전체 하도급 분쟁 사건의 60%에 달하는 수치로,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 경색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공사나 하도급 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건설 현장에서 공사대금은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건설사나 하도급 업체의 경우 대금 회수가 조금만 늦어져도 자재비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시공사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적 수단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유치권이다.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쉽게 말해, 밀린 공사비를 줄 때까지 건물을 넘겨주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권리다. 유치권이 행사중인 건물은 사실상 처분이나 담보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건축주를 심리적·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단지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치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유효한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견련성(연관성)이다. 유치권을 행사하려는 채권과 해당 건물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즉, 받지 못한 돈이 해당 건물을 신축·개축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건축주에게 받을 다른 빚이 있다고 해서 공사 현장을 점거할 수는 없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쟁점은 '점유 개시 시점'이다. 만약 건축주의 채무 문제로 건물에 대해 법원의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가 이뤄진 이후 시공사가 점유를 시작했다면, 설령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유치권은 경매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즉 압류 효력 발생 전에 적법하게 점유를 확보하고 유치권을 취득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것이다. 이외에도 점유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무단침입 등)나 공사대금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했는지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분쟁 발생 시 무작정 현장을 점거하는 식의 자력탈환을 시도하기보다는 적법한 요건을 갖췄는지 검토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내용증명 등을 통해 변제기 도래 사실을 명확히 하고 가압류 조치와 함께 유치권 존재 확인 소송 등을 제기해 채권 회수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우에 따라 건물주가 유치권에 대항해서 소멸청구 등으로 반격해 올 때 공사비 채권을 지키는 방법도 잘 강구해야 한다.
법무법인 대륜 김광덕 변호사는 “유치권 분쟁은 경매에 넘어가는 순간부터 고도의 법리 싸움으로 변모한다. 경매 개시 결정 등기보다 단 하루라도 늦게 점유를 시작했다면 유치권이 깨질 수 있고 점유의 적법성이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가게 된다.”며 “특히 복잡하게 얽힌 권리 관계 속에서 일반인이 홀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분쟁 초기부터 변호인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정확한 점유 시점을 입증하고 적법한 절차로 대응해야 소중한 공사대금을 지킬 수 있다.”고 전했다.
news@beyondpost.co.kr
[기사전문보기]
늘어나는 공사대금 미지급 분쟁, ‘유치권’ 행사로 내 권리 지키려면?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