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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하청·가맹 얽힌 유통가…업태별 노란봉투법 리스크는

언론매체 동행미디어 시대
작성일

2026-04-17

조회수 0

파견·하청·가맹 얽힌 유통가…업태별 노란봉투법 리스크는

이커머스·프랜차이즈·급식·제조 등 고용 구조별 리스크 천차만별
전문가 "2명 이상이면 노조 결성 가능해…선제적 계약 점검 필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다단계 하청 인력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유통업계 고용 구조에 노동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장에서는 물류, 서비스, 제조 업태마다 계약 형태와 업무 지시 방식이 달라 어느 지점에서 사용자성 쟁점이 불거질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교섭 요청이 오기 전에 하청 계약서의 실질 통제 징표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백화점, 프랜차이즈, 대형마트, 식음료 제조업 등 각 업태의 고용 구조와 실질적 업무 통제 방식에 따라 노란봉투법 잠재 쟁점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당초 산업계는 제조와 건설 등 중후장대 분야가 우선 영향권에 들 것으로 판단했으나 외주 인력이 얽힌 유통업계 역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교섭 요청에 나선 곳은 택배노조·화물연대 등 물류 분야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온오프라인 채널 업계가 직접 영향권에 든다. 유통 채널은 배송 속도 경쟁으로 물류 하청 구조와 외주 인력 활용 비율이 높아졌다. 핵심 쟁점은 배송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사용자성 문제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으로 배송기사 업무를 통제하지만 계약 형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한다. 원청인 플랫폼 본사의 실질적 지배력이 입증될 경우 하청 노조와의 교섭 의무가 발생하며 결렬 시 물류망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백화점·아울렛·면세 업계는 특정매입 구조에서 비롯된 파견 리스크가 존재한다. 매장 판매 직원의 다수는 유통 채널이 아닌 입점 브랜드 소속이다. 영업시간 준수, 고객 응대 매뉴얼 등 업무 지휘를 유통 채널이 직접 통제하는 관행이 있다면 실질적 지배력 행사로 간주돼 사용자성 쟁점이 불거질 수 있다.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 증거가 확보되면 재무적 압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프랜차이즈 및 편의점 업계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공동 사용자성 문제가 부상한다. 가맹본부는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 물류, 매장 관리, 서비스 매뉴얼을 가맹점주에게 적용한다. 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만 근로 조건과 업무 강도는 본사 매뉴얼에 종속되는 구조다. 가맹점 소속 근로자가 본부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열렸다.

대형마트와 급식업계도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주차, 미화, 보안 직군을 자회사로 편입해 직고용 리스크는 피했으나 본사 직영 인력과 자회사 인력 간 임금 격차가 쟁점으로 남았다. 납품업체 직원을 파견받아 매장 관리에 투입하는 관행도 쟁점이다. 단체급식 업체는 조리와 배식 인력을 위탁한다. 원청인 급식업체가 조리 시간과 위생 기준을 직접 지시하고 있다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존재한다. 식음료 제조업계는 생산라인 사내하청, 물류 외주화, 판촉 인력 파견 등 복합적인 하청 구조를 갖춰 좀 더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청 계약서 실질 통제 징표 점검 시급

법 시행 전 제기된 문제들이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2019년 롯데마트가 별도 서면 약정 없이 납품업체 종업원 906명을 파견받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법파견 제재를 받은 사례처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법적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물류 자회사 소속 기사들의 운송료 인상 요구와 관련해 원청의 직접 교섭 책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유통업계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 노출에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산업계의 예상과 달리 유통업계가 먼저 리스크에 노출되는 모양새"라며 "유통은 민생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활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교섭 요청이 오기 전에 하청 계약서 등을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대륜 방인태 변호사는 "과거 불법파견 소송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며 "결과물에 포커스를 맞춘 도급 계약이 아니라 근로 자체에 초점을 맞춰 영업시간, 복장 규정,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상세히 지시하거나 용역 대금을 인원수와 임금 기준으로 산정했다면 업태와 관계없이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이어 "가령 프랜차이즈 본사가 복장 규정을 내리거나 특정 기계 사용을 강제해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 가맹점 근로자가 본사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며 "백화점이 청소 하청업체와 계약 시 투입 인원과 임금을 기준으로 용역 대금을 세세히 산정했다면 하청 근로자의 임금 교섭 대상은 하청업체 사장이 아닌 원청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청 업체에 노조가 없다고 안심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노조법상 2명만 있어도 노조 설립과 교섭 요청이 가능하므로 전국 단위 대규모 조직이 없어도 언제든 교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영진이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정원 기자 (garde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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