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첨단재생의료, 접근성 확대의 전제는 안전관리다
2026-08-10
![[기고] 첨단재생의료, 접근성 확대의 전제는 안전관리다](/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810085457320.webp&w=3840&q=100)
2019년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된 뒤 필자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작업에 참여했다. 인보사 사태로 여론이 얼어붙어 있던 때였다. 회의실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것은 기술도 산업도 아닌 하나의 경계선이었다. 어디까지가 연구이고, 어디부터가 치료인가.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
세포와 유전자를 다루는 의료의 위험은 늦게, 때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드러난다. 그래서 법은 사전 심의와 실시기관 지정, 장기추적조사라는 안전장치를 세웠다. 무조건 금지하는 대신 일정한 요건 아래 허용하고 그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이 법의 기본 생각이었다.
◆ 2024년 법 개정의 의의
이러한 제도의 무게중심은 2024년 2월 법 개정으로 한 차례 이동했다. 이듬해 2월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다. 그전까지 첨단재생의료는 임상연구의 틀 안에서만 가능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근거가 축적돼도 환자가 국내에서 치료로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경로는 없었고 그 빈자리를 해외 원정치료와 음성적 시술이 채웠다.
개정법은 대체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그 밖의 난치질환 등을 가진 환자가 심의위원회의 적합 통보를 받은 치료계획에 따라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치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의하고, 치료 후까지 관리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구조를 바꾼 것이다.
지난 4월 승인된 제1호 치료계획이 그 첫 사례다. 재발 위험이 높은 EBV 양성 림프절외 NK/T세포 림프종 완전관해 환자에게 자가 면역세포를 투여해 재발을 방지하고 장기 생존을 유도하는 치료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치료비는 7,600만원이다. 5년 이내 재발하면 비용 전액을 환불하는 성과연계 방식도 적용됐다.
◆ 제2차 기본계획의 핵심
지난 7월 21일 정부가 심의·의결한 제2차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은 이러한 전환을 본격화하는 계획이다. 핵심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되 확대된 제도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체계를 함께 갖추는 데 있다.
정부는 해외 원정치료 수요가 높은 무릎골관절염과 난치성 만성통증, 재발성 교모세포종에 대한 다기관 임상연구를 이달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혈액암 과제도 계획서를 보완해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해외에서 이뤄지던 시술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의 근거를 확보한 뒤 국내 치료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성 근거와 활용 사례가 축적된 배양 자가유래 면역세포의 위험도는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한다. 저위험으로 조정되면 별도의 선행 임상연구 없이 치료계획 심의를 신청할 수 있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높아진다. 다만 세포 배양은 위험도 조정 이후에도 허가받은 세포처리시설에서만 수행하도록 한다. 안전성이 확인된 부분의 규제는 덜어내되 품질관리가 필요한 과정은 그대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제대혈은행 등 국내 다른 기관이 채취·보관하고 있는 원료세포를 세포처리시설이 제공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수급경로도 확대한다. 심의위원회에는 위험도에 따른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축적된 심의사례를 바탕으로 심의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진입경로는 넓히면서도 심의의 전문성과 예측 가능성을 함께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 접근성 확대에 따른 안전관리
재생의료기관 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는 2025년 183개였던 재생의료기관을 2030년까지 4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6월 기준 이미 223개소가 지정돼 있다. 환자가 국내에서 첨단재생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넓히려면 연구와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기관의 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환자의 접근성이 실질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정은 시설과 장비, 인력 등 법정 요건을 갖췄다는 확인일 뿐, 해당 기관이 승인된 연구나 치료를 실제로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정기관 증가에 비해 실제 연구·치료 참여는 제한적이고 일부 기관은 지정 사실 자체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모니터링에서 적발된 재생의료 관련 거짓·과대광고만 246건에 달한다.
따라서 지정기관을 확대하는 만큼 지정 이후의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재생의료기관이 지정 후 1년 이내에 임상연구 또는 치료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기간 안에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3년 주기의 지정갱신제를 도입해 연구·치료 참여 실적과 교육 이수 여부, 법령 위반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환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역시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해당 기관이 어떤 연구와 치료를 승인받았고 실제로 무엇을 수행하고 있는지가 공개돼야 한다. 정부가 첨단재생의료포털을 통해 승인된 치료와 실시기관, 치료비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지정갱신제의 세부 기준은 신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참여 실적을 단순한 건수로 평가하면 환자 수가 극히 적은 희귀질환 분야의 기관이 불리해질 수 있다. 연구와 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평가기준과 재지정 거부에 대한 불복절차가 법률과 하위법령에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
◆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
이번 기본계획은 규제를 일률적으로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계획이 아니다. 안전성 근거가 축적된 저위험 분야의 진입은 쉽게 하고 검증되지 않은 위험과 품질관리가 필요한 과정은 계속 통제하며, 기관과 치료가 늘어나는 만큼 사후관리와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계획이다. 접근성 확대와 안전관리를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아니라 하나의 제도를 이루는 두 축으로 본 것이다.
6년 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던 회의실에서 가장 오래 논의했던 것도 기술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절차와 책임 아래 환자에게 닿게 할 것인가였다. 이 질문은 치료제도가 도입되고 지정기관이 늘어나는 지금 더욱 중요해졌다. 환자가 치료의 근거와 위험, 실시기관의 경험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제도적 접근성 확대는 실질적인 치료 기회로 이어지기 어렵다.
첨단재생의료의 치료 기회는 앞으로 더 넓어져야 한다. 다만 그 확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치료 이후까지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접근성을 넓히는 제도와 안전을 지키는 책임이 함께 작동할 때 첨단재생의료는 비로소 신뢰받는 치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고| 법무법인(유한) 대륜 이서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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