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껍데기만 남으면 회생 불가”···사상 최다 법인파산, 출구전략은?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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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1,300건 육박···업종·규모 가리지 않는 유동성 위기
- “막연한 버티기는 독(毒)···질서 있는 퇴장으로 민·형사 리스크 줄여야”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의 여파로 기업들의 줄파산이 현실화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1,299건으로 1,104건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약 17.66%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연간 2,000건을 돌파하며 사상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증가 속도를 이미 앞지른 수치다. 바야흐로 대파산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벼랑 끝 유동성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어떤 생존·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할까. 기업 파산·회생 실무를 다수 수행해 온 법무법인 대륜의 김원상, 황보영 변호사를 만나 현장의 실태와 법적 대응 방안을 짚어봤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 김원상 변호사는 파산의 파도가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덮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다면, 최근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을 맞은 건설사, 투자금이 마른 벤처·스타트업은 물론 탄탄해 보이던 유통 플랫폼 및 중견기업까지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지난 5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1%대에 진입하며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임계점을 넘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은 통상 채무를 조정해 회사를 살리는 기업회생을 먼저 고려하지만 시기를 놓쳐 어쩔 수 없이 기업이 완전히 소멸하는 파산을 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황보영 변호사는 "회생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운영 자금과 향후 영업 이익 창출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표들이 회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사재를 털고 고금리 사채를 끌어와 돌려막기를 하다가 자산은 모두 탕진하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에서 변호사를 찾아오면 남은 선택지는 파산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아직 최소한의 정상화 여력이 남아있는 단계라면 곧바로 정식 회생절차에 들어가기보다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먼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사이 채권단과 자율적으로 협상할 시간을 벌 수 있고, '회생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전이라 거래처 이탈이나 신용등급 급락 같은 부수적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회생이 불가능하다면 질서 있는 퇴장을 위한 출구 전략을 신속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산 절차 비용조차 아끼겠다며 사업장을 방치하거나 야반도주를 택할 경우 대표이사는 돌이킬 수 없는 법적 리스크에 휩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김원상 변호사는 "법인을 방치해 직원들의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대표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고 미납된 4대 보험료와 세금 역시 대표자에게 2차 납세의무가 지워져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된다"며, "반면 법인파산 제도를 활용하면 대지급금(구 체당금) 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의 체불 임금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고 법원의 철저한 통제 하에 자산을 공평하게 배당하기 때문에 대표의 민·형사상 책임을 크게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두 변호사는 객관적인 재무 진단과 결단력이 기업 생존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보영 변호사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희망 고문을 이어가는 것은 기업 자체는 물론 채권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며, "아직 법인에 최소한의 숨통이 트여 있을 때 전문가의 객관적인 진단을 받아 회생으로 재도약을 노릴지, 질서 있는 파산으로 피해를 최소화할지 냉정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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