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비즈니스 문법 흔들린다···중국 진출 기업 옥죄는 ‘법적 리스크’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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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대륜 장진얼 외국변호사(중국) 인터뷰
- 행정 규제와 집행 관행의 특성 간과하면 치명적···계약 단계부터 촘촘한 방어장치 둬야
- 장진얼 변호사 “원칙 없는 회피 대신 최신 규제 환경에 맞춘 핀포인트 점검 필요”
미·중 패권 갈등의 파고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기류는 이미 확장에서 생존으로 바뀌었다.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5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경영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중 한국 기업 455개사 중 32.4%가 향후 5년 내 사업 철수·이전·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출 증가를 예상한 기업 비율은 1년 새 35%에서 25.7%로 줄어든 반면, 매출 감소를 예상한 비율은 41.3%까지 치솟았다. 매출 악화의 배경에는 현지 경쟁 심화뿐 아니라 날로 거세지는 법적 리스크도 자리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진단이다. 베트남이나 러시아 등 주변 신흥국 이슈로 눈을 돌리기엔 중국 현지의 법적 압박이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현지 규제와 복잡한 법 집행 환경은 수십 년간 통용되던 K-비즈니스 문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섣부른 무대응이나 안일한 회피는 곧바로 치명적인 법적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다수의 한·중 기업 법무 분쟁과 현지 자문을 수행해 온 법무법인 대륜의 장진얼 중국 변호사를 만나 급변하는 중국 법률 시장과 현장 밀착형 생존 매뉴얼을 물었다.
Q1. 최근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법률 자문 수요가 과거와 비교해 어떤 결정적 변곡점을 맞고 있는가?
“가장 극적인 변화는 비즈니스의 축이 확장과 투자에서 방어와 구조조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현지 법인 설립, 합자 계약서 검토, 간단한 라이선싱 계약 등 어떻게 시장을 넓힐 것인가가 화두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강화된 현지 컴플라이언스 기준 준수, 핵심 기술 유출 방지, 지식재산권(IP) 사수, 그리고 사업 축소나 철수 과정에서의 지분 정리 및 구조조정 관련 자문이 크게 늘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떻게 돈을 더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자산을 지키고 법적 책임을 최소화할 것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거시적인 경제 전망에만 매몰돼 정작 자사의 현지 법무 프로세스를 점검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
Q2. 현장 진출 기업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규제와 법적 공백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는가?
“개정된 반간첩법 시행과 데이터 보안 관련 규제 강화를 꼽을 수 있다. 현장에서 기업 담당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지점은 ‘일부 규정은 실무상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국가 안전과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면서 시장 조사, 현지 파트너사 실사, 내부 정보 취급 과정에서도 취급하는 정보의 성격에 따라 관련 법규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고 안심하다가 뒤늦게 조사 대상에 오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통상적인 비즈니스 활동과 법적 리스크의 경계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을 높이고 있다.”
Q3. 중국 당국과의 조사나 분쟁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치명적 착오는 무엇이며 이에 따른 실무적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식 기업 문화나 서구식 글로벌 스탠더드만 고집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은 성문법 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는 행정기관의 해석과 집행 실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본사 지침만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법적 원칙론만 내세워 소송전으로 끌고 가려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초기 단계부터 현지 법규와 집행 실무를 반영한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계약에서도 마찬가지다. 합자 파트너와의 분쟁을 나중에 소송으로 해결하려 하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애초에 계약 단계부터 준거법, 소송 또는 중재 등 분쟁해결 방식, 관할, 회사 지배구조, 경영권 및 지분보호 장치를 촘촘하게 세팅해 둬야 사후의 타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Q4. 끝으로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유지하거나 혹은 철수를 고민하는 경영진과 실무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감정에 치우쳐 홧김에 철수를 결정하거나 반대로 위험 신호를 무시한 채 막연히 버티는 것은 모두 최악의 수다. 철수를 단행하더라도 노동법상 엄격한 인력 구조조정 절차, 세무 청산, 법인 청산·말소, 외환등록 및 청산자금 송금 등 절차를 넘어야 할 거대한 법적 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기업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출구 전략을 포함한 전면적인 법무 진단이다. 원칙 없는 무대응이나 회피는 더 큰 화를 부를 뿐이다. 현지 사업 구조가 최신 규제 환경에 부합하는지 핀포인트로 점검하고 리스크가 현실화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지 전문가와 긴밀히 공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전 준비를 갖춘 기업에게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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