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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암살자들’로 촉발 될 콘텐츠 형사처벌 논란···과거 대법원 판단은 어땠나

언론매체 로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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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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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암살자들’로 촉발 될 콘텐츠 형사처벌 논란···과거 대법원 판단은 어땠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향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제작진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일각에서는 극중 묘사가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역사적 평가를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법적으로 따져볼 질문은 하나다.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한 창작물의 내용을 이유로 제작진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문턱은 높다. 그러나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사실이 창작물의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이 조항이 영화·드라마 같은 창작물에 다뤄진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대법원의 '서울 1945' 판결(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8411 판결)이다. 드라마 제작진은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친일파로 묘사하고 여운형 암살에 관여한 것처럼 그린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창작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 처벌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어려움은 우선 '허위사실의 적시'와 '고의'라는 요건에서 드러난다. 대법원은 역사드라마의 허구적 묘사를 판단할 때 문제 장면만 떼어 보지 않고, 작품의 성격과 구조,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의 비중 등을 바탕으로 시청자가 이를 실제 역사로 받아들일 정도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진다.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은 각색이라면 곧바로 허위사실로 보지 않는다. 허위성이 인정되더라도 검사는 제작진이 그 허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는데, 역사적 사건의 해석은 참·거짓을 가리기 어렵고 기존 수사 결과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절차적 요건도 간과할 수 없다. 사자명예훼손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고(형법 제312조 제1항), 고소권자는 사자의 친족 또는 자손으로 한정된다(형사소송법 제227조). 제3자의 고발은 수사의 단서가 될 수는 있지만, 사자명예훼손 부분은 유족의 고소가 없으면 형사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 고발인이 함께 주장한 유족 본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여서 별개이지만(형법 제312조 제2항), 영화에서 유족이 특정되고 유족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구체적인 허위사실이 표현됐는지를 따로 따져야 한다.

하지만 형사책임이 어렵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상 불법행위는 고의 없이 과실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고, 고인의 명예와 별도로 유족 자신의 추모 감정 침해도 다툼의 대상이 된다.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서 법원은 관객이 실제 역사와 혼동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실제 기록영상 세 장면을 삭제해야 상영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본안 1심은 극중 '각하'가 박 전 대통령을 가리킨다는 점을 관객이 쉽게 알 수 있고 시신 수습 과정의 묘사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며 제작사에 1억 원의 배상을 명했다. 다만 이후 가처분은 이의신청에서 받아들여졌고, 본안은 서울고법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박지만 씨가 배상금을 돌려주고 영화사는 재상영 시 허구임을 알리는 자막을 넣기로 한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2010년 영화 '실미도' 사건(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다3483 판결)에서 영화제작자에게 언론보도와 같은 수준의 사실 검증을 요구할 수 없고 상업영화에는 일정한 각색이 허용된다고 보아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적 자료에 비추어 제작진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두 판단을 나란히 놓으면 책임을 가르는 요소가 보인다. 관객이 허구를 사실로 오인할 만한 장치가 있었는지, 묘사의 바탕이 된 근거 자료가 있었는지다. 실제 기록영상이나 다큐멘터리식 연출을 섞거나, 실존인물을 실명으로 등장시켜 구체적인 범죄 행위를 사실처럼 그리는 경우가 오인을 키우는 대표적인 장치다.

그런 만큼 실존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는 제작사라면 각색 고지의 방식 묘사의 근거 자료, 기록영상 사용 여부를 제작 단계에서 미리 점검받는 것이 필요하다. 상영 이후에는 입증할 자료도, 고칠 수 있는 선택지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형사처벌의 문턱이 높다는 사실이 면책을 뜻하지는 않는다. 창작물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가장 확실한 대비는 상영 전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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