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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인 듯 오토바이인 듯… 도심 속 시한폭탄 불법 개조 ‘자토바이’

언론매체 주간동아
작성일

2026-10-19

조회수 2

자전거인 듯 오토바이인 듯… 도심 속 시한폭탄 불법 개조 ‘자토바이’

손잡이 조작 몇 번 만에 ‘속도 제한 해제’… 전문가 “불법 개조 처벌 규정 필요”

10월 9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은 한글날을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산책과 달리기를 하는 시민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며 가을을 즐기는 이도 많았다. 그런데 그중 빠른 속도로 곡예주행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로 보였지만 속도는 주변 자전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전기자전거였다. 산책로를 가로지르는 보행자와 추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던 한모 씨(26)는 ‘속도 제한을 해제한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원래 시속 25㎞ 제한이 걸린 상태로 판매되는 자전거인데, 자체적으로 이를 풀고 타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전기자전거 개조로 위험천만한 상황 잇따라

최근 전기자전거를 임의로 개조해 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불법으로 개조해 시속 25㎞ 속도 제한을 해제하고 빠른 속도로 도심을 질주하는 것이다. 특히 페달을 밟지 않고 스로틀(손잡이 부근에 달린 출력 조절 장치)을 조작해 주행하는 전기자전거는 오토바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른바 ‘자토바이’로 불린다. 이들의 불법 주행 및 과속에 따른 불안감과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시민들 몫이다.

불법 개조 대상이 되는 전기자전거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PAS(페달 보조 시스템)형 전기자전거와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다. PAS형의 경우 차체 중량이 30kg, 최고속도가 시속 25㎞를 넘지 않으면 자전거로 분류된다. 반면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는 같은 조건이라면 PM(개인형 이동장치)으로 분류된다. PAS형과 스로틀형 전기자전거 모두 자동차보험 가입 의무가 없으며, 번호판을 달아야 할 의무도 없다. 대부분 단속 대상도 아니다.

문제는 속도 제한을 해제하는 순간 시작된다. 도심에서 마주치는 전기자전거 중에는 한눈에 봐도 시속 25㎞를 훌쩍 넘겨 달리는 경우가 적잖다. PAS형,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를 개조해 최고속도 제한을 해제한 것이다. 개조 방법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누구나 보고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그렇다 보니 ‘느린 속도가 답답해서’ ‘스릴을 즐기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속도 제한을 풀고 주행하는 이가 늘고 있다. 운전자 스스로 ‘자전거’로 여기다 보니 인도로 달리는 일도 흔한데, 속도가 빠른 만큼 위험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서울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5)는 3월 교정에서 전기자전거에 부딪혀 전치 4주 부상을 입었다.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핸들이 꺾이며 중심을 잃었고, 앞서 걷던 이 씨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이 씨는 “다행히 크게 부딪히지 않아 팔에 살짝 금이 간 정도였지만 자칫 크게 다칠 뻔했다”며 “가해자의 전기자전거는 불법 개조로 속도 제한을 푼 기기였고, 사고 당시 자전거가 아니라 오토바이로 느껴질 만큼 빨랐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50대 조모 씨는 “일산 호수공원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서 러닝을 즐기고 있었는데 뒤에서 자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며 “속도가 너무 빨라 보는 순간 이미 피하기에는 늦었을 정도였다”고 아찔했던 경험을 전했다.

“자전거와 외관상 구별 안 돼”

PAS형, 스로틀형 자전거를 개조해 최고속도 제한을 해제하면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자전거와 PM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최고속도가 시속 25㎞를 넘지 않아야 한다. 시속 25㎞를 넘어서면 자전거도로 통행이 불가능하고, 자동차보험 가입이 강제되며, 번호판 부착 의무가 발생한다. 자동차관리법상으로는 이륜자동차로 분류돼 신고 의무도 발생한다. 미신고 시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불법 주행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불법 개조 여부를 육안으로 구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선 교통경찰은 “일반 자전거와 개조된 자전거가 외관상 구별되지 않는 데다, 자전거나 PM 속도를 측정할 장치가 구비돼 있지 않아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다”고 밝혔다. 심지어 개조된 PM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교통사고를 내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가 배상 능력이 없거나 도주한 경우 피해자는 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법 개조 행위를 처벌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PAS형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자전거법) 제24조에 불법 개조 시 6개월 이하 징역 혹은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처벌 조항이 규정돼 있지만 스로틀형 전기자전거와 같은 PM은 불법 개조를 처벌할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처벌 조항이 없어 개조가 불법은 아니다”거나 “판매자가 개조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사용자는 괜찮다” 등 근거 없는 유언비어도 나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런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고자 발의된 PM의 안전 기준과 관리체계를 별도로 규정한 ‘PM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법 개조법을 안내하는 콘텐츠 삭제 및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퍼지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PM 개조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광현 법무법인 대륜 파트너변호사는 “PM 불법 개조는 현행 형법상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방조의 고의가 입증돼야 해 실제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자전거법 제20조의2 개조 금지 조항은 PM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공백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PM 적용 법률을 만들거나 도로교통법에 불법 개조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현 기자 parksen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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