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억눌려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 국가적 손해다. 새로운 출발이 목표다.”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이 발언은 회생제도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합니다.
단순히 채무를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개인과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국가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하는 것이 회생제도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시범적으로 도입한 ‘종합적 고려법’은 소규모 기업 회생절차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는 종래의 형식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의 실질적 회생 가능성과 이해관계인의 장기적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는 실무 원칙입니다.
소기업 회생의 현실과 문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침체, 자금 경색, 저가 수주 경쟁으로 소규모 기업의 회생절차 신청은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2023년 기준 기업 회생 신청 건수는 1,024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였습니다.
과거에는 파산보다 회생이 더 많이 신청되던 시기도 있었으나, 2020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역전되어 최근에는 회생을 포기하고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회생제도가 소규모 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현행 채무자회생법 제217조는 회생계획안이 채권자·주주의 권리를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조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를 판단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상대적 지분비율법’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상대적 지분비율법은 회생 후 기존 주주의 최종 지분율이 회생채권자 변제율보다 낮아야 인가 요건을 충족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소규모 기업이나 창업 초기 기업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입니다.
회생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이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곧 회생 실패로 이어질 위험을 높입니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가 경영자의 네트워크와 역량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업은 회생보다 파산을 택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왔습니다.
종합적고려법의 등장
상대적 지분비율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이 시범적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종합적 고려법’입니다.
종합적 고려법은 회생채권 변제율만을 기계적으로 따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회생 가능성 ▲이해관계인의 장기적 이익 ▲기존 경영자의 책임경영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입니다.
특히, 종합적 고려법은 연매출 120억 원 이하 소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제도로 주식병합이나 출자전환을 통해 기존 경영자가 최종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분율만을 근거로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이익 보호와 기업의 존속 가능성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을 모색하려는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종합적고려법 적용한 회생계획안 인가 사례
다음은 서울회생법원이 소규모 기업의 회생절차에서 기존 경영자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회생계획을 인가하고 6개월만에 절차를 종결한 사례입니다.
온라인 광고·마케팅 사업을 하던 A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와 저가 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2024년 10월 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대표자는 발행 주식의 93.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존 관행(상대적 지분비율법)대로라면 회생 후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져 경영권을 잃을 위험이 있었습니다.
대표자는 회생채권 중 일부는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는 출자전환 후 주식병합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대표자는 최종적으로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책임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회생계획안은 2025년 2월 13일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 동의를 받아 가결되었고, 법원에서도 그대로 인가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인가 후 1차년도 변제 채권을 이미 전액 변제 ▲주요 거래처와 장기 계약을 유지하면서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 ▲종결 후에도 재계약을 통해 회생계획 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회생 신청 6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종결했습니다.
해당 사례는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 기존 경영자가 경영권을 잃지 않고 조기 졸업한 첫 사례입니다.
소규모 기업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로 평가됩니다.
종합적고려법 적용 시 당사자별 핵심 고려사항
1. 채무자를 위한 함의
투명성 의무: 모든 자산·부채·거래 내역을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공개해야 하며 은폐나 허위 진술은 회생 전체를 무너뜨릴 위험이 큽니다.
현실적 구조조정 기회: 부담스럽거나 불공정한 채권은 조정·부인을 통해 실행 가능한 회생계획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사전적 참여 필요: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불공정하거나 과도한 채권을 미리 식별하고 반박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2. 채권자를 위한 함의
채권의 절대성 부정: 판결문이나 계약서가 있더라도 이자율·위약금·특수관계인 거래 등은 법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칩니다.
실질적 손해 입증: 단순 권리 주장보다 실제 손해 및 공정 가치를 입증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채권자 실사의 중요성: 특수관계인 여부, 불공정 거래 등 과거 행위가 법원 심사의 대상이 되며, 부적절한 행위는 채권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파산 대비 원칙: 회생계획은 청산 대비 최소한 동등 이상의 회수 가능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만약 해당 기업이 파산할 경우 내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가”라는 기준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회생계획안의 변제 조건이 청산가치 이상을 보장하는지 비교·검증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조건 조정을 요구하는 대응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3. 모든 당사자를 위한 전략적 고려사항
모든 채권·부채·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내부 검토를 통해 철저한 사전 평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특수관계인 대출, 비정상 지급 조건 등에 대해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문서화가 필수이며, 법률전문가와 함께 재정 분석과 자문을 통해 법원을 설득할 논리를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합적고려법의 기대효과와 의미
종합적고려법의 가장 큰 의의는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지분율 계산이라는 형식적 기준이 경영자의 운명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회생 가능성과 책임경영 의지, 채권자의 실질적 이익을 두루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종합적고려법의 기대효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소규모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경영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어 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둘째, 기존 경영자의 동기 부여가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지분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기존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생 계획을 이행할 시, ‘내 회사’라는 책임감을 갖고 이행하게 됩니다.
이는 회생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셋째, 채권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회생해 영업을 지속한다면 단기적인 지분율 감소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변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회생제도의 목적에 맞는 ‘지속적 채권 회수’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생을 통해 고용이 유지되고 지역·산업 생태계가 보호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소규모 기업은 대기업보다 거래처와 종업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 기업의 회생은 곧 지역사회와 산업 전반의 안정성으로 이어져, 회생을 통한 고용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종합적고려법, 남은 과제는?
그러나 종합적 고려법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경영권 유지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모든 경영자가 무조건 지분을 유지하게 한다면 채권자 보호와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자 보호 장치도 보완되어야 하는 과제로 꼽힙니다.
경영권 보호에 치우치면 채권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공정한 변제 구조와 투명한 심사 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특히 특정 이해관계자에게만 유·불리가 치우치지 않도록 회생계획안의 공정성 확보도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법원뿐만 아니라 채권자·주주의 감시 역할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종합적 고려법은 법원의 시범적 판례를 통해 방향성이 제시되는 단계입니다.
입법적 뒷받침과 제도적 정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선례’에 그칠 위험이 있으며, 안정적 제도로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회생절차는 기업의 생존과 재기를 보장하는 사회경제적 안전망이자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이며, 종합적 고려법은 이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기업의 실질적 가능성과 책임경영 의지, 채권자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회생계획 수립과 인가 과정에서는 채무자회생법의 복잡한 절차와 법원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전략적 판단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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